강렬하고도 자유롭게, <씨네21>이 추천하는 단편영화 7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추천과 <씨네21> 기자들의 지지 사이에서 어렵게 선정한 7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한다. 앞서 인터뷰로 만난 단편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마이디어>

감독 김소희, 전도희/출연 전도희, 김민철/25분/2023년
대학교 4학년생 가을(전도희)에게만 졸업 작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학우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이라 교수가 청각장애가 있는 가을을 ‘배려’해준 것이다. 고민의 나날을 보내던 중 화제의 AI 앱 ‘마이디어’를 호기심에 설치한다. 새 친구로 생기 돋던 일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막해진다. 졸업 작품 팀에서 빠지게 되고 앱의 자막 기능마저 사라지자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보려 한다. <마이디어>는 청각장애인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어긋나는 소통과 은근한 배제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를 밀어내는 ‘착한 차별’의 단면. 그러나 영화는 끝내 연결의 가능성을 믿는다. /이유채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감독 노경무/목소리 출연 엄상현, 정유정, 이용녀/30분/2023년
저출생을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드디어 마련됐다! 바로 남성 임신! 남성 임신 기술 개발은 열번의 시험관 임신을 도전했으나 쓰라린 결과를 맛봐야 했던 강유진, 최정환 부부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임신을 아내의 일로만 여겨왔던 정환에겐 더더욱 그렇다. 현실 속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 느낀 심리적 부담감과 두려움을 그대로 복제한 장면들은 남편의 낯선 입장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각성하게 만든다. 결국 부부는 임신에 성공한다. 심지어 유진과 정환 둘 다다. 어쩌다 두 부부가 동시에 아이를 품은, 예측 불가능하고 골 때리는 장면은 다음 챕터의 문을 열면서 관객에게 사유의 공간을 마련한다.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