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형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여자 - <하이퍼나이프> 김선희 작가

마음속에 자기만의 컴퍼스를 지닌 세옥(박은빈)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축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원의 크기나 모양, 위치는 제각기 달라도 모든 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세옥의 지나간 자리를 암시하는 바늘자국만이 그가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병원에서 벌어진 난투극, 불법 뇌수술, 살인과 위협 등 모든 사건은 오직 세옥의 선택과 결정으로 흘러간다. 충동과 무절제로 점철된 세옥은 어느새 병원에서 쫓겨나 섀도 닥터로 불법 수술을 도맡고 있었고, 그를 위협하는 이들을 몇몇 죽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트린 덕희(설경구)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뇌를 수술해 달라고 말한다. 한때 스승이었던 원수 앞에서 세옥은 갈등한다. 그를 수술할까, 말까. 오랫동안 굳건한 지지대가 되었던 컴퍼스 축조차 이제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세옥과 덕희 사이에 놓인 여백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김선희 작가를 만났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메디컬 스릴러로서 <하이퍼나이프> 고유의 날카로움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4주간의 여정이 끝났다. <하이퍼나이프>를 종영한 소감은.
홀가분하다. (웃음) 그래도 이제는 안전한 곳에 도착한 느낌이다. 누군가가 작품이 별로라고 말해도 어딘가에는 “나는 재미있게 봤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 서로를 미워하는 동시에 과잉 집착하는 기묘한 사제지간. <하이퍼나이프>는 어떻게 출발했나. 메디컬 스릴러 장르를 먼저 설정했나 아니면 사제지간이라는 관계도를 먼저 선택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