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하고 장애물 피해 도로 달린다…똑똑한 로보티즈 '배송로봇'의 매력[로보인사이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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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항, 음식점, 쇼핑몰에서는 안내와 서빙을 하는 로봇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듯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오는 모습도 연상된다. 국내 로봇 개발·생산 기업인 로보티즈는 10년 내 로봇이 사람 숫자만큼 불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 방문해 로봇 기술의 현재와 로보티즈의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로봇에 뺏기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최근에는 인간이 소위 말하는 ‘힘든’ 업종에서 먼저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일에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로보티즈의 로봇 기술”이라며 “현재 배송로봇을 막 선보인 단계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업무를 로봇으로 자동화하고, 그 여분의 노동력을 사회로 환원하는 미래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로봇전용 액츄에이터 '다이나믹셀'과 자율주행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20년 로봇 개발기술이 담긴 액츄에이터와 실내용, 실외용 배송 자율주행 로봇인 ‘개미(GAEMI)’가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이다.
액츄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 통신 등의 기능이 하나의 모듈로 작동하며 로봇의 관절 및 이동장치로 사용되는 로봇 전용 구동장치다. 로보티즈의 액츄에이터 브랜드인 ‘다이나믹셀’은 현재 회사 매출의 92%(2023년 3분기)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방, 의료, 교육,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고객사를 두고 있다.
도로에서 ‘일개미’ 본다…로봇공격 위험은 없나?
올해부터는 이 회사의 배송 자율주행 로봇인 3세대 ‘개미’를 일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자율주행 로봇은 실내용 '집개미'와 실외용 '일개미'로 구분된다. 집개미는 로봇팔을 이용해 노크를 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고, 일개미는 장애물 및 사물을 인식해 자율주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집개미는 이미 국내와 일본, 괌 등의 해외 호텔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개미도 글램핑, 캠핑장에서 음식 등을 배송하고 있다. 최근 법 개정(도로교통법 및 지능형로봇법)으로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보행로로 배달을 하는 모습도 보게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자사 실외 배송로봇 ‘일개미’가 경쟁사들보다 빨리 실제 배송 업무에 뛰어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통상 실외자율주행 로봇은 사계절을 거쳐 날씨에 따른 장애물을 모두 딥러닝(Deep learning)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거나, 겨울에 눈이 얼어 얼음이 생겼을 경우 로봇이 낙엽과 얼음을 장애물로 인식해 구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보티즈는 지난 2021년부터 음식 배달 시범 서비스 등을 통해 이미 학습을 마쳤다.
김 대표는 “배송로봇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2023년까지 연간 100억원 이상을 썼다”며 “(상용화가 시작되면 이 비용이 없어) 올해 4분기부터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며, 현재 0%인 관련 매출을 연말까지 20%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로봇은 모두에게 안전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 최근에는 테슬라 공장 내에서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며 충격을 안겼다. 공정에 로봇을 사용하는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에 의한 인명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노력을 하면 막을 수 있다”고 확언한다.
그는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로봇공격’이 주는 충격이 큰 것일 뿐, 공상과학 영화에서 일어나는 로봇의 공격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며 “법적인 규정에 따라 재정비하고, 작업자들이 조심한다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로봇은 위험 대비 주는 혜택이 훨씬 크지만, 안전에 대한 정부차원의 규제, 보험 등의 개선은 필요할 것”이라며 “기업에서도 로봇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접하게 되는 ‘집사로봇’, ‘반려로봇’ 등은 상용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올해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2024에선 다양한 로봇기술이 소개됐지만, 현실적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집안에서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하는 하드웨어(로봇)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현실적으로 로봇이 소프트웨어로 작동할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집사로봇’ 자체가 널리 쓰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로봇산업 침략 위협…"협업 의지도 있다"

다만 중국 로봇 기업들의 성장에 대해서는 김 대표 또한 우려를 표했다. 중국은 현재 로봇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국영기업들에게 개발비 50% 지원, 규제 철폐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아닌 중국 '정부'와 경쟁하는 느낌이다”며 “우리나라는 배송로봇이 길에서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총 4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바로 시작했다.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로보티즈가 M&A(인수합병)를 추진하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로보티즈는 아직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등 자본력이 충분한 기업들과 대응하기에 어려운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LG전자가 2018년 90억원을 투입해 로보티즈의 지분 7.6%(2대 주주)를 이미 보유하고 있고, LG전자도 로봇 M&A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M&A설'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에 김 대표는 “M&A에 대한 얘기를 하긴 어렵지만,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원해서 쫓아다니지도 않는다”며 “다만 꼭 M&A 형태가 아니더라도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더 큰 회사와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