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기업 인사이드] '공격적 LNG 투자' E1, 사업 다각화 고삐 죄나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E1이 올해 들어 본격적인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LPG 수입 유통업으로 구축한 안정적 성과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그간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 부문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의 평택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투자는 규모 면에서 남다른 의지가 느껴진다.
E1은 친환경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평택 액화천연가스발전소 인수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5770억원으로 ‘평택에너지서비스’ 주식 2382만주(지분율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예정일은 오는 9월30일이다.
평택에너지서비스는 복합화력발전 업체로 평택 LNG발전소를 운영한다. 앞서 E1은 칼리스타캐피탈·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나파워패키지 매각에 참여했고, 3월1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E1은 신규 설립한 이원평택에너지가 시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2920억원을 출자했다. 이원평택에너지는 하나파워패키지가 소유한 평택에너지서비스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E1은 이번 인수 목적을 LNG발전 사업 진출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전부터 구상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이미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발전·집단에너지 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결의했다. LPG 유통회사에서 발전 영역으로 본격 확장하는 수순을 밟는 양상이다.
E1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한 부지 발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정관리 등의 단계를 밟았다. 앞서 2014년 셰일가스 진출 목적으로 미국 현지에 500억원을 출자해 법인(E1 America LLC)도 설립했다. 2018년에는 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었고 이후 태양광발전설비 전문 업체 넥스포에너지와 넥스포쏠라를 인수했다.
아울러 2019년 풍력발전소 사업 컨설팅 업체인 영월에코윈드 지분 29%를 취득하며 관계기업으로 편입했다. 이듬해에는 187억원을 투자해 강원 정선군 가사리 일대에 8MW급 태양광발전단지를 준공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블루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초기 사업 개발을 위해 1000만캐나다달러를 투자하고 연간 100만t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도입에 나섰다.
E1은 이처럼 꾸준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그런 만큼 이번 대규모 투자는 새로운 전환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PG 유통업체인 E1은 LPG를 외국에서 구매해 수출하거나 내수 시장에서 판매해 수익을 냈다.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LPG 사업의 원재료 단가와 환율 등락에 따른 수익성 변동 리스크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7조8277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물량이 증가했음에도 국제가격 하락이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LPG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LPG의 운수용 소비는 2017년 기준 전체의 36.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2% 감소했다. 이는 전체적인 LPG 소비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E1의 LPG 사업은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신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SK가스와 함께 과점적 지위에 있고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오며 견고한 구매, 판매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인 투자를 강행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보유자산에 기반한 유동성이 버팀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달 리포트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졌으나, 세전이익 등의 이익창출 규모 대비 채무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운전자금 및 리스부채(선박 등) 증가로 총차입금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우수한 시장지위 및 사업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