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 재구성] '배터리社 맞손' 현대차, 전기차시장 공략 파트너십 구축

현대자동차는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달성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고 올해도 높은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서 국내 배터리 3사와 합작 파트너십을 엿볼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탈세계화 추세에서 조인트벤처(JV)는 시장 공략에 전략적으로 활용됐다.
전기차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했다. 선두 업체인 테슬라의 등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격변기를 맞이했다.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 강화 외에도 협업이 필수였다. 현대차도 신규 시장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조 체제를 갖췄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배터리 업체와 협업의 배경에는 최대 시장인 미국 정부의 정책적 변화도 있다. 2020년부터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IRA는 미국이 자국내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부품과 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현대차는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대상에서 제외되며 부담이 커졌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대응하며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성과를 냈다. 다만 지속적인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시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국내 배터리 업체와 파트너십은 이런 환경에서 꽃을 피웠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잇따라 손을 잡으며 미국 현지 JV를 설립에 공을 들였다. 우선 2022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SK온과 북미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4월 북미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한 JV 설립 계약으로 본격적 행보에 나섰다.
양측에서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하며 지분은 각 50%씩 보유하기로 했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서 생산한 배터리 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 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로 공급된다.
현대차는 SK와 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만에 LG와도 손을 잡았다. 지난해 5월 그룹 차원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JV 설립 계약을 체결해 미국 내에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43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해 지분을 각 50%씩 확보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부지가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2025년 말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연간 30만대 물량의 배터리 셀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합작공장은 SK온 계약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셀을 현대모비스가 배터리 팩으로 제작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부터 현지 공장을 본격 가동해 세액공제 대상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차는 JV 설립에 소극적이었다. 중국과 베트남 등 현지 시장 진출에 필요한 경우에 JV를 세웠다. 대표적으로 중국 북경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와 함께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생산법인(Beijing-Hyundai Motor Company)이 있다.
이밖에 자율주행 등 신기술 확보 목적으로 JV를 설립했다. 현대차는 앱티브(Aptiv)와 2020년 3월 총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당시 그룹에서 현대차(1조2678억원)를 비롯헌 기아(6969억원), 현대모비스(4978억원)가 각각 출자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