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레이, 하반기 국산 ‘전기차 캐즘’ 극복 신호탄 쏠까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하반기부터 캐스퍼 일렉트릭과 레이 EV 등 2종의 순수 전기자동차로 국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극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웠으며, 기아는 레이 EV가 전체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높은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1일 캐스퍼 일렉트릭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고 차량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산업통상자원부 기준 315㎞임을 강조했다. 기아 레이 EV 대비 110㎞ 긴 거리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보통 전기차를 완전 공개할 때 주행가능거리를 밝히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관례를 깨고 티저 이미지 공개 단계부터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를 소개했다. 작은 전기차일수록 주행거리가 짧다는 인식을 깨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캐스퍼 생산을 담당해온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오는 28일 개막하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 최초로 공개될 캐스퍼 일렉트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올해 하반기 캐스퍼 전체 생산량 2만4500대 중 70%인 1만7000대를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잡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관계자는 “앞으로 주력 차종이 전기차로 옮겨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정확한 판매가격을 공지하지 않았고 국고보조금 또한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기아가 EV3 공개를 계기로 전기차의 수익성보다 대중화에 전념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만큼 현대차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전체 전기차 내수 판매량(제네시스 포함)은 1만3217대로 전년 대비 58.0%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의 경우 올해 초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됐지만 해당 기간 전년 대비 35.5% 감소한 5294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로 부진한 전기차 판매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으로 탄생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대중화를 선도할 기준이 될 것"이라며 "캐스퍼만의 독창적인 캐릭터에 독보적인 상품성을 얹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전동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자신했다.

기아에 따르면 레이 EV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4936대로 기아 전체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많다. 산업부 인증 최대 주행거리가 205㎞로 짧은 편이지만 넓은 공간과 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점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레이 EV는 1월 110대, 2월 812대 판매에 그쳤지만 3월 1520대, 4월 1216대, 5월 1278대 등 3개월째 안정적인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기록을 본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기아는 레이 EV를 월 1000대 이상 판매하고 7월부터 EV3를 월 2500대 이상 인도해 국산 전기차의 캐즘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