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최태원의 반격, '이혼소송' 전면에 등장한 SK수펙스
산업
기업/재계

최태원의 반격, '이혼소송' 전면에 등장한 SK수펙스

Andrew Chair 기자
입력
수정
/사진=최지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와중에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전면에 등장했다. 총수의 개인사와 관련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2심 판결의 주요 쟁점인 SK㈜  지분이 지배구조의 핵심인 데다 그룹 성장을 비자금과 연결 지은 재판부의 판단이 더는 최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명예 회복하겠다는 수펙스… 노소영 “그룹 차원 대응 부적절”


2심 재판부는 지난 1994년부터 1998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 SK C&C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했다. 그룹 성장에 최 선대회장의 기여를 12.5배로, 최태원 회장의 기여를 355배로 각각 산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기업가라고 판단했다.

이에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론에 나섰다. 이달 17일 열린 간담회에는 이형희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법률대리인 이동근 변호사, 최 회장 본인이 참석했다. SK는 "최 선대회장 시기의 실제 주식가치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 회장 시기의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부친인 선대회장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최 회장의 공을 낮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 비율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입증된 게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SK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와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 측에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이 별도로 존재하는지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인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여부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 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제한이 특혜용이었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기업으로서 손해를 본 사항들 등이 SK그룹 차원에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은 "개인의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과 관련해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선대회장 경영철학 실현 조직…'승계형 기업가' 전략


반격 과정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등장한 것은 '최 회장은 자수성가가 아닌 승계상속형 기업가'라는 데 한층 힘을 싣기 위한 일로 해석된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 선대회장부터 이어온 경영철학을 집결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SK는 고유 용어를 창조하며 경영철학을 확립해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 선대회장이 정립한 수펙스 개념과 SK 경영헌법 SKMS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핵심 조직이다.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22개 계열사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의사협의기구로 산하에는 △전략·글로벌 △인재육성 △환경사업 △소셜밸류(SV) △정보통신기술 △커뮤니케이션 △거버넌스 등 7개 위원회가 있다. 전문경영인이 주축을 이루며 향후 계열사별 투자 규모와 채용 등 미래 사업계획도 그린다.

그룹 최고의결기구인 만큼 의장은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한다.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온 조대식 전 의장 역시 최 회장 체제에서 실세로 꼽히던 인물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몸담았던 사장급 임원은 주요 계열사에서 중용되기도 한다.

 


                                                                     그룹 전반 살피는 '컨트롤타워' 역할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무게감은 최 회장의 경영행적과도 맞물린다. SK는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을 기점으로 기존 사장단회의였던 선경경영협의회를 수펙스추구협의회로 변경했다. 이후 △2004년 소버린자산운용의 지분 매집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외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최 회장은 2012년에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지주사와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위해 이 분야에 가장 정통한 관계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그룹과 전문가들이 종합해서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012년을 기점으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의 권한을 가지게 됐지만 2014년 최 회장이 징역을 선고받은 후에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최 회장 부재 당시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자율경영과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며 비상경영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다. 총수 부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부터 지금까지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전반을 살피고 각 계열사의 역할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신임 의장으로 임명하며 오너경영에 한층 힘을 실었다.

Andrew Chair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sk#수펙스#최태원#노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