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코리아, '노 재팬' 오명 벗고 미러리스로 재도약한다

'노 재팬(NO Japan,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위축됐던 캐논코리아가 반등을 점치고 있다. 유튜버를 겨냥한 미러리스 마케팅에 집중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신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캐논코리아는 AI 멀티캠 영상편집시스템·VR 전용 렌즈로 방송·영상 시장을 공략하고 메디컬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캐논코리아는 22일 ‘제32회 국제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전시회(KOBA2024)’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미러리스 주요 제품 및 신제품 소개에 나섰다.
이 날 캐논코리아는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의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촬영 현장을 재현한 ‘스튜디오 존’부터 방송 라이브 중계·스트리밍 강의 등 영상 촬영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PTZ 카메라 존’, 하반기 출시를 앞둔 VR 렌즈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AI기반 멀티캠 영상편집시스템인 '버티고', 2년 만에 출시하는 VR 전용 렌즈를 선보였다. 캐논코리아 8K 카메라가 사용되는 버티고는 영상 속 인물을 자동 추적해 개인별 영상을 생성하는 성능을 갖춰 카메라 한대만 사용해도 10대로 동시에 촬영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캐논코리아는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이어진 불매 운동 영향으로 사상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캐논과 롯데지주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캐논코리아는 매년 일본 캐논, 롯데에 수십억원 규모의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2023년 지급한 배당금은 30억원이다. 일본에 배당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캐논코리아는 2020년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의 2020년 매출은 992억원,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8.7% 줄어든 수치다.
다만 캐논코리아는 2021년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과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을 합병하며 ‘토탈 이미징 솔루션’ 기업으로 재도약했다. 카메라의 입출력을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전문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사진과 영상 분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카메라 시장이 위축되며 캐논코리아의 매출은 다시 축소되는 추세다. 캐논코리아는 2023년 전년 대비 각각 3.20%, 5.43% 감소한 매출 6984억원, 영업이익 22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캐논코리아는 주요 라인업인 미러리스로 크리에이터, 유튜버 집단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캐논코리아는 기존 DSLR 카메라 대비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미러리스의 장점을 강조했다. 황종환 캐논코리아 마케팅 부문 매니저는 “전문가만 쓸 수 있는 카메라는 시장에서 점점 도태될 것”이라며 “크리에이터 시장이 커지고, 사진·영상 자체보다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셔터만 누르면 되는 미러리스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매니저는 또 “화소수가 같더라도 디테일한 성능 차이가 크고, 미러리스의 경우 부품 교체도 수월해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더욱 적합하다”며 “전문가용인 ‘EOS R7’, 크리에이터를 위한 ‘EOS R10, R50’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캐논코리아는 AI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카메라로 메디컬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캐논코리아는 지난해 8월 메디컬 ERP 물류관리시스템인 ‘SAON 프로’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병원에 AI 카메라인 ‘CKR 프라이버시 마스크’를 구축하는 등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손숙희 캐논코리아 마케팅부문 팀장은 “캐논코리아는 기존 사업이던 카메라, 프린터 등 입출력 장치에 더해 최근에는 메디컬 비즈니스 쪽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한편, 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신사업 부문에서 다양한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팀장은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 국내 유일한 사무기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무기 제품을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수출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뉴진스의 ‘디토(Ditto)’ 뮤직비디오에 디지털캠코더가 등장해 빈티지 카메라가 유행하면서 캐논코리아 또한 단종된 모델을 재출시하는 등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송 팀장은 “최근 노이즈가 있는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카메라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고, 회사에 직접 단종된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며 “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단종 제품을 재출시 해 시장에 대응하는 건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