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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으로 추억하는 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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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으로 추억하는 전시 이야기

전 세계 미술관을 종횡무진한 이들에게 아트 신에서 만난 에코 백은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일종의 자랑이다.세 개의 에코백, 세 개의 전시 이야기.

박지민
1년에 찾아가는 전시만 4백 개. 두 발로 뛰어 직접 본 전시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크락티(@crakti)를 운영 중이다. 현재 뉴욕에서 미술사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당신의 에코 백에 대해 소개해달라. 파리에 가보기 전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친한 동료가 파리에 출장 간 기념으로 선물해줬다. 언젠가 꼭 방문하겠다는 꿈을 꾸며 회사와 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아트페어에 열심히 들고 다녔다. 선물 받고 1년 반이 지난 올해 봄, 비로소 직접 방문한 갤러리에서 클로에 벤사헬(Chloe Bensahel)의 전시를 봤다. 관람객이 직접 섬유 공예 조각을 만지면 하나의 노래가 시작되는데 마치 작품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왜 이 에코 백이 특별한가? 2022년 제주비엔날레를 보러 홀로 떠난 2박 3일의 일정 내내 이 백을 들고 다녔다.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가 전통 가옥에서 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관람객은 직접 자신의 티셔츠나 가방에 작품 제목을 실크스크린할 수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실험 대상으로 이 가방을 내놨다.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자주 들고 다닌 가방이지만, 혹시라도 실크스크린이 지워질까 단 한 번도 세탁하지 않았다. 조금 지저분해도 세계 곳곳의 갤러리를 함께 다닌 흔적이 깃들어 있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에코 백에 얽힌 추억이 있다면? 리크릿 티라바니자는 관계 미술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작가다. 1990년대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커리를 만들어놓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던 작업을 제주비엔날레에서도 재현했다. 작가가 공유한 커리 레시피를 한국 담당자가 그대로 만들었고, 관객이 함께 나눠 먹었다. 그때 미술을 낯설어하던 중년 부부가 즐겁게 경험하더니 방명록에 “미술이 이런 것까지 하는지 몰랐다”고 남겼다. 큰 감동이었다. 미술 업계 종사자로서 계속해서 확장된 미술의 범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윤여동
금속공예가.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다’는 정중동을 모티프로 생활 기물부터 작품을 만든다. 현재 10월 말에 열릴 컨템퍼러리 주얼리 전시를 준비 중이다.

에코 백을 처음 만난 순간이 궁금하다. 메종 수리의 제안으로 작년 아트 바젤에서 여성 작가들과 협업 전시를 했다. 파리의 수리 대표 집에 머물면서 아트 바젤과 주변 공예 숍을 둘러보던 중에 만났다. 당시 오가타(Ogata)라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골목에서 루이 제로 카스토르(Louis Geraud Castor)라는 플로리스트의 작업실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우연히 갤러리 카르스텐 그레베(Karsten Greve)를 발견해 들어가게 됐고, 건축물과 작품에 완전히 매료됐다. 당시 캐슬린 제이콥스(Kathleen Jacobs)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마치 대리석 같기도 하고 물이 살랑이는 모습 같기도 한 거대한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파리의 골목을 거닐었던 기억과 갤러리를 추억하고자 에코 백을 구입했다.
에코 백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금속공예가로 일하면서 은색을 자주 쓰고 좋아해서 먼저 컬러에 눈길이 갔다. 또 평소 작업할 때도 차가운 물성인 금속으로 따뜻함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이때 전시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묘하게 그와 닮아 있었다. 갤러리는 각지고 넓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공간에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이때의 전시에서 느낀 감흥을 에코 백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나에게 아트 신에서 만난 에코 백이란? 기억의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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