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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웨스트번드에서 만난, 아티스트 금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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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웨스트번드에서 만난, 아티스트 금민정

시각이라는 감각은 인간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하이에서 열린 제11회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에서 아티스트 금민정과 케어링 그룹의 아이웨어 브랜드 린드버그가 선보인 독창적 해석.

하퍼스 바자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 페어에서 린드버그와 함께 네 점의 신작을 선보였다. 작품명이자 전시명인 <The Mind’s Eye>는 어떤 의미를 지니나?
금민정 시각예술가인 내게 시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연결되는 감각이다. 20여 년 가까이 공간이나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결부시키는 일에 줄곧 관심을 두고 작업을 지속해왔다. 우리는 자연 풍경을 마주할 때 현재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영향받곤 한다. 그 명료한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번 신작은 ‘사람의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발전시킨 작업이다. 마음의 눈, 호의, 희망, 회한. 네 작품은 우리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명제’를 나타낸다.
하퍼스 바자 자연 풍광을 담은 영상 작업과 나무, 콘크리트, 쇠 같은 조각의 재료를 결합하는 ‘비디오 조각’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을 통해 영상 속 장소로 제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금민정 영상 매체가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던 시기부터 비디오 작업을 시도해왔다. 조소를 전공하며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를 스크린이라는 매체와 결합시켰을 때 발생하는 이질적인 조합에 매료되어왔다. 작업 초기에는 역사적 건물을 담기도 했는데, 감정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은 광활한 자연이라는 확신을 점점 갖게 됐다. DMZ처럼 자연의 원형이 담긴 공간을 방문해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바다와 숲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기 위해 제주를 택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 제주에 머물며 숭고한 자연의 힘을 실감한 적이 있기에 ‘마음의 눈’이라는 주제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한라산 깊은 산기슭과 함덕 해변에서 촬영한 영상을 재료 삼아 조형 작업을 완성했다.
하퍼스 바자 영상 속 자연은 태초의 자연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채도 값이 서서히 어둡게 변하거나(<Remorse>) 분주히 걷는 인물들이 등장(<Good Will>)하며 비현실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금민정 자연에 일상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다. 자연을 현대인의 감정이나 일상과 괴리되지 않는 대상으로 다루기 위해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찍은 영상과 같은 앵글로 도심을 걷는 사람들을 합성시키는 과정을 더했다.
하퍼스 바자 린드버그는 일찍이 티타늄이라는 소재를 가공해 아이웨어 디자인에 적용시켜온 브랜드다. 이번 전시에서 조각의 재료로 티타늄을 활용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
금민정 철, 스테인리스스틸 같은 금속은 사용한 적 있지만 티타늄은 처음이었다. 단단한 내구성 때문에 조형적인 구성을 위해 판에 구멍을 내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점차 정교히 결합하는 기법을 터득하게 됐다. 또 린드버그에서 제공한 실제 안경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는 6천 년 된 덴마크산 수종인 보그 오크를 함께 활용했다. 한국의 소나무와 덴마크 수종, 티타늄이라는 다양한 소재로 유기적인 조형 작업을 완성해보는 시도였다.
하퍼스 바자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금민정 어떤 현상을 마주하고 대할 때 내면의 이야기를 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져보길. ‘눈’이라는 감각기관은 무언가를 읽고 반응하기 위한 기관이지만 그 이상의 기능을 가능케 한다.
하퍼스 바자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금민정 감정을 데이터화시켜 관객의 반응형 움직임에 반영하는 영상 조각을 실험하고 있다. 자연 앞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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